오늘은 통계적인 영국의 날씨와 피부로 느끼는 영국의 날씨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어제 아침 영국은 햇빛 가득한 아침을 맞았지만,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런던 근처의 경우 영하 3~4도 정도까지 내려간 것 같고 낮 기온도 4~5도 정도에 머문다고 합니다. 이미 두어 차례 서리가 살짝 내리기는 했지만, 어제 오늘 아침은 서리가 눈 온 것 처럼 하얗게 내리고, 차에는 성에가 잔뜩 끼어 정말 겨울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은 지난 주 남서부에서 시작된 홍수가 중북부 지방으로 확산되어 많은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 비가 그친 후 며칠이 지나도 물이 빠지지 않아서 그 피해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이유는 앞선 포스팅 ‘영국 날씨와 홍수(flooding)’에서도 살펴본 것과 같이 배수가 더딘 것이 주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많지 않은 비에도 불구하고 배수 시설이 빈약하다 보니 홍수가 발생했고, 지난 여름 많은 비로 인해 토양으로 더 이상 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saturated’ 상태이다 보니 물이 빠져나갈 곳이 없어서 그 자리에 고인 채로 있는 것입니다.  퍼내거나.. 증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예전과 달라진 강수 패턴에 따른 현상이라고 보기에는 홍수 지역의 강수량이 너무 적고, 실제로 11월의 강우량은 예년에 비해 결코 많지 않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BBC의 ‘Wiltshire flooding: River warnings still in place’ 등 여러 뉴스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the ground already saturated this may exacerbate flooding problems’

또, 2012년 영국의 강수량을 분석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From drought to floods: a look at 2012인데요.. 이 기사를 보면 2012년 초에는 가뭄이 아주 심했고, 4월~6월은 유례없이 비가 많았으며, 100년 만에 가장 비가 많은 여름을 보였는 데, 그 결과로 지하수위가 높아지고, 토양이 더 이상 물이 스며들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최근의 홍수 사태에까지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이러한 날씨 변화의 근본 원인은 대기권 상층부의 제트기류가 평소와는 달리 영국의 남쪽에 걸쳐서 위치했던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2012_Rainfall-South_West

영국은 결코 비가 많이 오는 나라가 아니라서(조금씩 자주 오는 것이지, 절대 비가 많이 오는 나라가 아니랍니다!!!), 물 관리가 아주 중요한 나라인 데, 앞으로는 배수 시설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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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이 날씨 때문에 많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었습니다.   비가 거의 오지 않아야 할 시기인 봄~여름 기간 동안 거의 매일 비가 왔고,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비로 인해 올림픽 경기와 분위기가 망쳐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아주 많았었습니다.  다행히 런던올림픽이 가까워지면서 비가 오는 날도 있었지만 맑은 날씨가 많아서 비교적 좋은 날씨 속에서 런던올림픽이 치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위 기사의 강수량 분포를 통해 영국의 평년 기후를 상당 부분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실제로 영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기후 조건에는 강수량 이외에도 좀 더 보태야 할 무엇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기온, 일조량 등이 바로 그런 것이라 생각되는 데.. 살면서 느끼는 영국의 종합적인 날씨를 한번 살펴봅니다.

영국은 우리 나라에 비해 봄과 가을, 특히 가을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여기서는 크게 여름과 겨울로 나누어 생각해보겠습니다.

 

영국의 여름: 낮이 아주 길고,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며, 크게 덥지 않다!

여름의 특징은 ‘낮이 아주 길고,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며, 크게 덥지 않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낮 시간이 길어서 밤 10시가 넘어야 어두워지고, 새벽에는 4시만 넘으면 밝기 시작합니다. (하지 때의 일출 4:45, 일몰 21:21)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을 본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낮 시간이 긴 만큼 활동량이 많아서 다이어트에도 좋고(?), 여행을 다니기에도 좋습니다.

또,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며, 비가 오더라도 오래 오지 않고 햇빛이 많이 나기 때문에 생활하기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기온은 최대 30도를 넘는 날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6,7년 전에 Kent지방의 기온이 38도를 넘어간 적이 있었습니다만, 대부분 30도를 살짝 넘기는 정도이고 이렇게 더운 날이 길면 일 주일 정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국 사람들은 25도만 넘어가면 덥다고 난리가 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웃통을 벗고, 노출이 심한 옷을 입습니다.  이때다 하면서 햇빛에 살갗을 태우는 사람도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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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필수품이 된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없이 여름을 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기온은 높아도 습도가 낮아서 햇빛을 피해 그늘에 들어가기만 하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 데… 일부 예민한 사람들은 여름에도 긴 팔 옷을 입어야 그늘에서의 서늘함을 피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에어컨이 갖추어진 집은 거의 없었고, 식당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도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가 없는 경우가 많았으니 영국의 여름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여름이 있어서 영국은 살만한 곳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정도로 영국의 여름은 좋습니다. 각종 레포츠, 바비큐파티 등 야외 활동을 하기에도 좋고.. 영국 혹은 북유럽을 여행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이 시기를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 같은 시기에 프랑스 등 유럽으로 들어가면… 혹독한 더위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참고로 하시기 바랍니다. 유럽 내륙의 더위는 한국의 더위 못지 않습니다…

또, 영국의 여름 동안 한국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우박이나 무지개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섬이라서 그런지 날씨 변동이 심해서 맞고 다니기 거북할 정도로 큰 우박도 자주 볼 수 있으며, 햇빛이 났는 데에도 비가 오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가끔 쌍무지개도…

 

내용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여름 날씨에 대한 것은 여기서 맺고, 겨울 날씨에 대한 것은 후속으로 포스팅합니다.

 

이상 런던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