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ger swearing (손가락 욕)
지난 17일에 포스팅된 싸이의 옥스포드대학교 학생회 초청 강연이 상당히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방문하셔서 감상하고 계신 것 같은 데,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한 기사가 많습니다. 특히, 영국의 유명 신문 중의 하나인 The Guardian에서는 여러 차례 심층(?) 보도가 있었고, 오늘 유튜브에서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것에 대한 기사도 있었습니다.
- How Psy taught me Gangnam Style 18 Nov 2012
- Gangnam Style Bieber-beater 25 Nov 2012
유튜브에서 Biever의 기록을 깨뜨린 것을 운율에 맞게 Biever-beater라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런 식의 표현을 제법 많이 사용합니다. 대부분 광고 카피이지만, 이런 형식이죠..
- Wimbledon, Shopping done (윔블던 지역이 쇼핑의 명소라는 광고)
- You order, We deliver (온라인 혹은 전화로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해준다는 광고)
- You shop, We drop (역시 집까지 배달해준다는 광고)
리듬(?)이 있어서 그런지 쉽게 기억에 남습니다..
싸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이어 나가려고 합니다. 얼마 전 영국의 한인신문인 ‘영국생활’에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OSEN] 가수 싸이가 영국의 유명 쇼 진행자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싸이는 11일(한국시간)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영국! 오늘 저녁 ‘조나단 로스 쇼’에 나오는 저를 꼭 봐주세요. 당신도요!(UK! Plz watch me at the Jonathan Ross Show tonight! U too @wossy)”라는 글과 함께 영국 BBC방송의 아나운서이자 영화평론가인 조나단 로스와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싸이는 로스와 어깨를 맞대고 손으로는 브이자를 그린 채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서 조나단 로스는 지난 10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나와 나의 새로운 베스트프렌드 싸이!(Me and my new best friend PSY)”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를 접한 네티즌은 “지금 보고 있어요”, “싸이 인맥의 끝은 어디인가”, “살이 좀 빠진 듯?”, “멋있다. 파이팅!”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사진을 굳이 인용한 이유는.. 우리가 흔히 하는 손 동작이 자칫 영국에서는 심한 욕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나머지 손가락을 접은 상태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는 것이 서양의, 서양에서 전래된 욕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이천수 선수가 이 욕을 해서 한 동안 시끄럽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아주 친숙해서… 사진 찍을 때 많이 사용되는 동작 중의 하나인 ‘V’, 검지와 중지를 세워서 ‘V’ 모양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자칫하면 씻을 수 없는 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단, 검지와 중지 외에 접힌 손가락들이 정면을 향하고 손등이 얼굴을 보이는 동작은 크게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두 손가락을 편 채로 손등을 상대방에게 보이는 동작(Two Finger Salute)은 중지를 높이 쳐드는 행위와 최소한 같거나… double의 의미(쌍 욕?)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 사진처럼 손가락을 옆으로 눕히는 동작은 욕이 아니라고 합니다. 반면에, 손등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나라에 따라서는 욕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여행 중에는 각별히 조심하여야겠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손바닥을 쫙 펴서 보이는 것이 큰 욕이 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굳이 알 필요는 없겠지만, 이러한 Two Finger Salute의 유래는… 영국과 프랑스 백년전쟁 중에 영국의 궁수(활쏘는 병사)가 프랑스군에 생포되면 두 손가락을 자르곤 했는 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영국의 병사들이 잘리지 않은 두 손가락을 내보이면서 약을 올렸고, 여기에서 이 욕이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굳이 옮겨본다면.. ‘나 잡아봐라’ 혹은 ‘엿 먹어라’의 앞뒤에 좀 더 험상궂은 용어가 포함된 뜻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단기 해외 여행도 그렇지만, 장시간 체류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한국과 문화적 차이, 사고 방식의 차이, 풍습의 차이 등을 겪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서로 다른 것이지 결코 어느 쪽도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언어는 언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에까지 이어지게 되므로, 좀 더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 현지 적응과 언어 습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나깨나 손가락 조심..^^
이상 런던에서 전해드렸습니다.